우피치에 다시 돌아온 잠자는 미녀 아리아드네
거대한 잠자는 미녀 아리아드네가 220년 만에 우피치로 돌아왔다.
여기저기 많은 곳을 떠돌다 드디어 1787년 처음 피렌체로 왔을 때 있었던 자기 자리로 되돌아온 곳이다.
란치 회랑 위쪽을 통해서 안으로 옮겨지는 아리아드네
'잠이 든 아리아드네 ( Arianna addormentata )' 는 그리스 헬레니즘 조각을 본떠 만든 기원전 3세기 로마 시대 작품이다. 그리스미술의 영향으로 시작된 로마 시대 대부분의 조각은 최고의 이상적 미를 보여주는 그리스 헬레니즘 청동 조각들을 대리석으로 모방, 제작하였고, 조각품들은 거리나 관공서, 저택 등을 장식하는 데 쓰였다.
15세기 후반에 로마에서 발굴된 '잠이 든 아리아드네'는 피렌체의 대공 페르디난노 I 세가 로마 추기경 시절에 로마의 메디치 별장 (Villa Medici sub Pincio a Roma) 정원을 위해 구입하였다.
이후 대가 끊긴 메디치 가문을 대신 오스트리아의 황족 로렌 가문이 토스카나의 대공가가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메디치의 재산과 예술품 또한 그들의 소유가 되었다.
* 소유만 할 수 있었지 절대로 피렌체 밖엔 그림 한 장 가지고 나갈 수 없었다.
메디치 가문의 마지막 혈육인 안나 마리아 루이사 데 메디치 ( Anna Maria Luisa de' Medici )는 죽기 전
'가문 협정 ( Patto di Famiglia )' 을 통해 메디치의 유산을 지켜냈다.
로렌 가문은 로마의 피렌체 별장을 팔기로 하고 별장 안에 있었던 많은 예술품은 모두 피렌체로 가지고 왔다.
대부분은 정원을 장식하던 조각품들이었다. 현재는 시뇨리아 광장의 란치 회랑, 피티 궁전, 우피치 미술관을 등을 장식하고 있다. 이 중에 끼어있던 조각품 중의 하나가 바로 아리아드네이다.
1787년 우피치에 입성한 후 여러 가지 이유로 피렌체의 여러 곳을 돌다가 2012년 11월 26일, 220년 만에 드디어 우피치 미술관의 미켈란젤로 방에서 우리에게 모습을 보인다.
첫인상으론 매우 크고 육중한 대리석의 무게가 단박에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의 눈은 부드럽고 고혹적인 몸의 윤곽과 실제와 같은 섬세한 옷 주름 표현에 놀란다.
자세히 그녀의 얼굴을 보니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요염한 자세로 잠이 든 아리아드네가 천진스럽다기만 하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리아드네는 크레타 섬의 공주였다. 그의 아버지인 미노스 왕은 자기 부인이 황소와 관계하며 낳은 자식 (신화니까….*^)인 황소 인간인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아무도 빠져나올 수 없는 미로에 넣고 해마다 남녀 각각 7명의 아테네 젊은이들을 제물로 바친다.
이에 분노한 아테나의 왕자 테세우스가 인질을 구하고 괴물을 죽이러 크레타 섬에 도착하고 바로 아리아드네와 사랑에 빠진다. 사랑에 빠진 아리아드네는 미로를 빠져나올 수 있는 붉은 실타래와 괴물을 죽일 수 있는 칼을 그에게 준다. 아리아드네 덕에 괴물을 죽이고 인질을 구출한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와 함께 섬을 빠져나와 낙소스 섬에 도착하지만 그곳에서 그는 잠이 든 아리아드네를 버리고 떠난다. ( 여러 가지 버전이 있지만 ) 버려진 채 잠이 든 아리아드네를 본 지나가던 디오니소스 ( 술의 신 박카스 )가 그녀를 아내로 맞는다."
그러니까 자신의 부모, 형제, 고향을 버리고 택한 사랑한 남자한테 버림받고, 아니 버림받은 지도 모르고 막 잠이 든 모습이다. 이렇게 알고 보면 '잠이 든 아리아드네'는 꽤 극적인 조각품이다. 게다가 바티칸 박물관에도 거의 흡사한 또 다른 아리아드네가 있다.
궁금한 건 왜 기원전 그리스인들이나 로마인들은 이런 주제를 택해서 조각했을까? 왜 하필이면 버림받은 이 순간, 잠이 든 아리아드네을 그렸을까……. 그게 궁금하다.